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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LC e-매거진

제26일 (10월 7일 월요일) 아세보에서 카카벨로스까지 35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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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뉴라이프교회 작성일13-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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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가장 많이 힘들게 걸은 날 중 하나이다. 새벽 어두운 시간 산지 마을 아세보를 나와 길을 잘못 들었다. 1 시간 조금 넘게 걸었다. 노란 화살표가 보이지 않았다.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더 가면 되겠지 하고 생각했다. 좁은 산길이니 표기할 만한 곳이 없어 그런가 보다 생각했다. 길이 두갈래로 갈라지는 곳에는 반드시 노란 화살표가 있는데 그것마저 없다. 무언가 잘못되었다 싶었다. 깊은 산 중으로 계속 들어간다. 지도 상으로 바르게 가면 1시간 (4Km) 정도면 리에고라는 작은 마을에 도착해야 한다. 마을 불빛은 오른 쪽으로 저 산 골짜기 넘어 비치고 있다.



아직 어두웠다. 결국 결단을 내릴 수 밖에 없었다. 다시 출발 지점으로 돌아가기로. 아까운 걸음이었지만 미련을 둘 수 없었다. 1시간을 다시 부지런히 걸어 되돌아 갔다. 동이 터오고 노란 화살표가 보이는 곳까지 왔다. 그래도 낭비라고 생각되지 않았다. 처음으로 길을 잘못 든 값진 경험을 한 것이다. 처음 이상하다는 생각이들었을 때 멈추었어야 했다. 뒤돌아 나왔어야 했다. 걸었던 시간, 거리를 아깝게 생각하지 말았어야 했다. 우리 삶, 비즈니스에도 적용해 볼 수 있지 않을까?





 


다시 어제 처럼 돌길을 내려와야 했다. 4.5Km 내리막 돌길을 아내가 조심 조심 내려온다. 그래도 감사한 마음으로 잘 걷는다. 하루를 걷고 나면 무척 힘들어 하는 아내이다. 잘 때 마다 다리에서 허벅지까지 쑤시고 아파 한번씩 깬다고 한다. 다른 사람 깰새라 침낭 속에서 혼자 소리나지 않게 주무르고 스트래치를 한다고 한다. 그리고 다시 잠을 잔다고 한다. 미안한 마음이 든다.



10Km 걸어 폰페라다에 도착했다. 중세때 활약했던 템플기사단의 성이 웅장한 모습으로 잘 보존되어 있다. 볼거리기가 많았지만 갈길이 바빴다. 폰페라다를 나선 후 카카벨로스까지 17Km 구간에는 중간 숙박시설이 없다. 도시가 이어지는 외곽 큰 길로 10Km 걸었다. 마침내 도시를 벗어났다. 시골길로 들어서니 포도원이 펼쳐져 있다. 기분이 산뜻해 졌다. 아내도 나도 많이 지쳤다. 벌써 오후 5시가 되었다.



오늘은 처음으로 알베르게에서 자지말기로 했다. 공동 숙소가 아닌 독립된 방에서 제약 받지 말고 쉬어야만 한다. 호스텔에 들었다. 개인 샤워실이 갖추어진 깨끗한 룸이 있다. 1 인 당 20 유로씩이다. 사설 알베르게 괜찮은 곳이 15 유로 인 것에 비하면 값이 좋은 편이다. 아내도 만족해 한다. 오늘 밤은 그래도 잘 휴식할 수 있겠다고.


 


돌아간 거리까지 합치면 약 43Km를 걸은 긴 하루였다. 우리 주님이 힘 주셔서 잘 걸었음을 고백한다. 주님, 감사합니다. 단잠을 주시기를 기도한다. 내일 아침 원기 회복하여 잘 일어나 하루를 힘차게 시작하도록 은총을 주소서.



 


돌길



철십자가를 지나 아세보까지 가는 세시간
산 위로 산 아래로 이어지는 돌길
자갈 보다 크고 뾰족한 짱돌들
좁은 산길에 튀어나온 돌이 가득하다



올라가는 길도 힘들지만
내려오는 길은 더 힘들어
온 정신을 발 끝 발바닥에 모아
조심스럽게 한발 한발 걷는다



우리 주님 어깨에 무거운 십자가 지고
한걸음 한걸음 올라가셨던 고통의 길
우리 주님 고개 숙이고 돌아가신 몸
십자가에서 내리는 슬픔의 길



나와 동행하는 길은
한적한 오솔길 고요한 새벽길
가도 가도 풍요로운 포도밭 길
플라타너스 시원한 운하 옆길
그런 좋은 길만 걷는 것이 아니다
이길 돌길도 걸어야 하느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