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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일 (10월 6일 주일) 산타 카탈리나에서 아세보까지 30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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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뉴라이프교회 작성일13-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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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주일이다. 주일마다 안타까운 마음이다. 함께 예배를 드릴 장소가 없다. 오늘도 남편과 함께 새벽 출발 전 알베르게 앞에서 주일 예배를 드렸다. 예배 후 다시 목적지를 향하여 무거운 마음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찬양을 들으며 마음을 주님께 집중하며 묵묵히 걸었다. 


 


오늘은 산을 넘어 아세보까지 간다. 10월이 되니 날씨가 많이 쌀쌀해졌다. 다음 마을까지는 산길을 약 12km 걸어야 했다. 그 곳에서 아침식사를 할 예정이었다. 요즘은 보통 10km 정도는 걷고 쉬는 것 같다. 예전에는 5km를 못 넘겼는데, 몸이 많이 걷는데 익숙해 진 것 같다, 





 


약 두시간 반을 걸으니 해발 1150미터에 위치한 산지 마을 라바날에 도착했다. 아침 식사를 위해 카페에 들어가니 익숙한 얼굴들이 보였다. 식사를 마치고 약 20여분 휴식을 취한 후 다시 출발했다. 이제부터는 본격적으로 산길을 걷게 된다. 마치 The Lord of Ring에 나오는 주인공들처럼 산촌들을 연결하는 산길을 걷는 기분이었다. 경치는 말할 수 없이 아름다웠지만 길은 쉬운 길이 아니었다. 



다시 10km정도를 걸으니 푸에르타 산에 우뚝 서있는 철십자가가 나왔다. 갑자기 마음이 숙연해졌다. 피곤한 몸도 쉼을 얻는 것 같았다. 짐을 내려놓고 묵상의 시간을 갖기로 했다. 남편은 시를 쓰기 시작했다. 해발 1505m에서 온갖 풍상에도 흔들림이 없이 서있는 철십자가는 세상의 온갖 핍박에도 홀로 위대함을 드러내는 우리 주님 같았다. 세상과 상관없이 우리 주님은 그의 이름의 영광을 드러내실 것이다. 


 



 


철십자가를 바라보며 그 분의 영광을 선포했다. 내주하시는 성령님께서도 주님의 이름이 세상에서 멸시받고 있음을 안타까워하시는 것 같았다. 근심하시는 성령님의 흐느낌을 느꼈다. 오늘의 예배는 이곳에서 완성되었다. 



이제는 내려가는 길인데 돌밭이었다. 보통 내려가면서 부상들을 많이 입기 때문에 순례자들은 조심스레 걷는다. 우리도 한발 한발 조심스럽게 내딛었다. 9km의 돌밭을 내려오니 너무나도 중세의 분위기를 풍기는 마을이 숲 속에 숨어있었다. 


 


더 이상 한 발자국도 내디딜 수가 없었는데 목적지 아세보가 이렇게 아름다운 모습으로 나타나니 오늘의 수고가 보상을 받는 기분이었다. 이 산촌의 해지는 모습은 환상적이었다. 


 


해가 가까이에서 지는 모습은 아버지의 창조의 능력을 선포하는 함성과도 같았다. 철십자가의 감격과 어울려 이 광경은 나를 주께 더 가까이 이끄셨다. 


  





 


 


외로운 십자가



외로운 십자가 산 꼭대기에 서있다
위로는 푸른 하늘 하얀 뭉개 구름
순례자가 걷던 발걸음을 멈추고
십자가 밑에  경건하게 무릎을 꿇는다



오랜 세월 햇볕 비바람 눈보라를 견뎌 온
우리 주님의 십자가
내가 걷고 있는 산티아고 순례길
본질적인 의미를 잊지말라고
갈보리 산 위 십자가 여기 우뚝 서 있다



광야에서 놋뱀 매달은 장대처럼
모두가 올려보도록 긴 나무 막대 끝에
높게 세운 단순한 철십자가이다
성당 기념물로 보존되어 온 장식용이 아닌
외로운 십자가가 사람의 마음을 끈다
슬픔과 눈물 엄숙함과 경건함을  준다



그 밑에 여러 소원 다짐을 담은
다양한 돌 조각들이 쌓여 있다.
나는 어떤 다짐을 할까
예수님 저를 십자가로 더 가까이 이끌어 주소서



제가 스스로 갈 힘이 없을 때
피 묻은 두손으로 날 붙드사
나를 둘러싼 세상은 멀어지게 하시고
나를 십자가 주님 곁으로 이끄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