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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일 (10월 10일 목요일) 폰프리아에서 사리아까지 26.5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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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뉴라이프교회 작성일70-01-01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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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프리아의 순례자 디너에서 그동안 못 만났던 사람들을 다시 만났다. 훨씬 먼저 갔을거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이다. 다리가 아파서 하루 이틀 정도를 쉬고 다시 걷기 시작했다고 한다.
어떤 분이 다가와서 혹시 어제 찬양을 틀고 걸었던 사람이냐고 물었다. 그렇다고하니 자기는 시애틀에 사는 크리스챤이라고 한다. 어제 산길을 오르면서 너무 지쳤는데 뒤에서 들려오는 찬양때문에 힘을 내어 걸었다고 한다.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플로리다에서 온 91세 할아버지가 아주 유쾌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하고 계셨다. 내가 91세라면 어떻게 할까? 84세의 프랑스에서 오신 George할아버지는 지금은 어디를 걷고 계실까? 이번에 3번째를 걸으신다고 했고 죽기전에 한번 더 하신다고 했는데...
폰프리아를 떠나 사리아로 가는 길은 어제에 비하면 훨씬 쉬운 길이다. 그래도 26.5km의 짧지 않은 길을 걸어야 했다. 아침 7시에 출발했다. 아직 어둡고 하늘의 별들은 초롱초롱 빛나고 있다. 후레쉬 없이는 앞이 분간 되지 않는다.
한 5km를 걸으니 산안개가 끝없이 펼쳐져 있다. 경이로운 자태로 산지 마을들을 감싸고 있다. 산들이 섬처럼 산안개 바다에 떠 있다. 그 영묘한 아름다움에 순례자들은 발걸음을 멈춘다.
오늘따라 순례자들이 줄을 이어 걸었다. 조금 더 산을 내려가니 아름다운 카페가 문을 열고 있었다. 몇 순례자들이 산촌 날씨의 쌀쌀함을 달래고자 발을 멈췄다. 우리도 커피와 홈메이드 치즈케익을 시켰다. 산안개를 내려다 보며 모닝 커피를 마시는 낭만을 즐겼다. 하루 시작 시간에 주신 은총에 저절로 감사가 우러러 나온다.
해발 1200km에서 부터 내려 와 해발 660km인 트리아카스텔라에 도착했다. 아침에 추웠던 날씨가 많이 푸근해져 잠바를 벗었다. 그 때까지만해도 스페인 북부 산지 갈리시아 지방 날씨가 얼마나 변덕스러운지를 몰랐다. 배낭을 매고 걷기때문에 걸을동안에는 땀이 많이난다. 잠시 쉬기 위해 멈추면 금방 추위를 느낀다. 그래서 오늘은 잠바를 벗었다 입었다 하기를 반복했다.
지나오는 마을들이 너무 작아서 마을 이름도 지도에 없었다. 어느 작은 마을에서는 주인 없이 큰 개들이 돌아다니고 닭들도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 걷는 길에 소똥도 많고 냄새도 지독하게 풍긴다. 그래도 싫지 않다. 마침 농부 아저씨가 걸어오시면서 우리를 힐끗 쳐다보신다. 정중한 마음으로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산간 마을을 지키고 사는 농부들에게 마음이 간다.
이름 없는 마을들을 지나면서 어느정도를 걸었는지, 얼마나 더 걸어야 목적지인 사리아에 도착하는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무작정 걸었다. 사리아 근교에 도착했음을 알았을 때에는 내리쬐는 햇볕으로 인해 많이 지쳐있었다. 멀리 도시가 눈에 보이고 난 후에도 약 9km정도를 걸어야했다. 이런 경우가 순례자들을 많이 지치게 한다.
오늘도 우리는 찬양과 하나님의 말씀의 힘으로 걸었다. 많은 기도와 묵상을 드리면서.....
간절한 마음으로 지성소를 사모하면서...
풀길
빛나는 아침 이슬 젖어있는 풀길을 걷는다
풀길을 걷는 발걸음은 편하다
아스팔트 길 곁 남아있는
폭 좁은 풀길이 얼마나 고마운지
아스팔트 길을 계속 걸으면
발바닥 마찰이 많아 불 나는 느낌이다
옆으로 좁게 난 자연적인 풀길은
먼길을 걷는 순례자에게
카펫처럼 폭신폭신한 쿠션을 주는
하나님이 남겨놓으신 은총의 선물이다
폭신폭신한 풀길이 발에 안식을 준다
폭신폭신한 풀길이 지친 발을 부드럽게 감싼다
아스팔트 도시가 주는 편리함은 필요하지만
그것이 고갈될 때 고향의 풀길을 걸어야 한다
고향의 풀길은 평화와 안식을 누린 후
다시 돌아와 창조적인 일을 하도록
탐스런 포도송이가 입안에서 터지듯
달콤하고 자극적인 원기를 북돋우어 준다
풀길 위에 떨어져 쌓인 낙엽은
소리를 내며 말을 걸어온다
너는 듣느냐 낙엽 밟는 발자국 소리를
너는 걷는 풀길 위에서 듣느냐
내 너를 아끼고 사랑한다는 주님의 음성을
아스팔트 길을 빠르게 달리는
자동차 운전자는 무감각하고
풀길을 걸어보지 않은 사람은
그 음성을 들을 수 없음을 기억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