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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일 (10월 9일 수요일) 비가 데 발카르세에서 폰프리아까지 24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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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뉴라이프교회 작성일70-01-01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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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출발 때부터 걷는 것이 힘들다는 생각을 했다. 28일간 쉬지않고 걸었다. 이틀 전에는 43km를 하루에 걸었다. 그냥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둘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같은 생각이었던 것 같다.
처음부터 오르막 길로 들어섰다. 해발 600m지점에서 숙박을 했는데 해발 1330m까지 올라가야했다. 내키지않는 발걸음이라 걸음은 한없이 무거웠다. 걸으면서 한가지 배운 것은 걸으면 언젠가는 목적지에 도달한다는 것이다. 이번에도 그런 마음을 갖고 걸었다.
12km를 걸으니 오 세브레이로라는 도시가 나왔다. 일단 배낭을 내리고 한숨을 돌리니 놀라운 광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도시 아래로 산안개가 짙게 깔려있고 산 봉우리 봉우리들은 마치 섬처럼 보였다. 그 곳에 한참을 앉아있었다.
하나님의 창조의 손길이 나를 감싸는 것 같았다. 그 분의 위대하심에 나를 맡기니 무거웠던 마음의 구름이 사라지며 평온한 마음이 되었다. 하나님이 창조하신 대자연 하늘, 산, 구름, 안개, 바람의 만남은 항상 아름다움을 창조한다.
점심거리를 사서 배낭에 달고 다니는 것이 무거워 오늘은 이른 점심을 하기로 했다. 레스토랑을 찾으니 문어 그려놓은 곳이 있었다. 지난번 비야 프랑카에서 문어를 삶고 있는 광경만 보고 지나친 다음 문어를 꼭 먹어보아야지 했었다. 그 곳으로 들어가 문어를 시켰다. 한접시가 나왔는데 삶아서 파프리카 가루와 소금만 뿌린 요리였다. 생각보다 문어가 질기지 않고 맛이 있었다.
점심으로 문어 한 접시를 먹은 후 그 다음 목적지를 향해 출발했다. 높이 올라왔으니 내리막길로 조금은 쉽겠지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었다. 길이 계속 오르락 내리락하면서 잠시의 쉴틈도 주지않고 12km정도를 걷게 했다.
특별히 포이오고개(1330m) 넘을 때는 그 자리에서 주저앉고 싶을 정도로 힘이들었다. 남편은 계속 뒤에서 나의 배낭을 들쳐주어 배낭의 무게를 가볍게 느끼도록 도와주었다. 오늘은 산위를 걸어 산촌의 마을들을 연결하며 걸었다. 그 힘든 와중에서 남편은 생각이 나면 길을 걸으면서도 시를 썼다.
오늘은 걸으며 기독교인과 고행(힘든 영적 훈련)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
우리는 고행을 통해 구원을 받는 것은 결코 아니다. 하나님의 선물로 우리는 하나님의 자녀가 되어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그런데 이 새로운 삶은 우리에게 많은 도전을 한다. 이 도전은 때때로 인격의 수양이 없이는 실행할 수가 없다. 잠시 시도해 볼 수도 있겠지만 열매로 나타나기에는 역부족이다.
기독교인 우리에게도 고행이 필요할까? 걸으며 생각하니 필요한 것 같다. 오늘도 걸으며 극기 훈련을 했다. 나의 육체의 한계를 뛰어넘는 도전이었다. 그런데 해냈다. 이런 훈련은 나에게 삶의 어떤 문제에 부딪쳐도 안정감을 잊지않도록 할 것이고, 하나님의 자녀로 좀 더 높은 이상을 갖고 살 수 있게 도와줄 것이다.
길을 더 걷고 싶지 않은 날
오늘 걸어야 할 실제 거리는 멀지 않다
찬 공기 신선한 산간 마을
새벽 출발도 힘차고
일출을 받고 일어나는 큰 산과 골짜기들
산안개 내려다 보이는 아름다운 마을도
영혼을 숭고하게 지켜준다
가야할 길은 아직 남아 있건만
오늘 따라 어깨 짐의 무게가 더 느껴진다
어제와 같은 짐이지만
별 이유 없이 영혼이 아프고
마음이 지치고 피곤하기 때문일 것이다
오르막 내리막이 한번 아닌
길 따라 계속 이어진다
한 봉우리만 넘는 줄 알았는데
세 개 봉우리를 넘고
작은 오르막 내리막이 계속 이어진다
무거운 짐을 진 여자 두 사람이 스쳐 지나가고
힘겹게 걷는 아내는 오늘 따라 더 걷자고 한다
멀고 긴 인생 순례길에 동반자는 물론
같은 길을 걷고 있는 모르는 사람도
마음을 일으켜 세우는 격려자가 될 수 있다.
예수님도 걷기 싫으셨던
마지막 오르막 십자가 길
오신 목적 때문에 걸으셨고
그보다 죄인을 향한 사랑때문에
가파른 길 올라가셨다.
우리가 때로 걷기 싫어지는 날이라도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있고
손을 내밀어 잡아주는 동반자가 있고
삶의 목적이 분명할 때 계속 걸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