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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일 (9월 28일 토요일) 프로미스타에서 카리온까지 19.6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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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뉴라이프교회 작성일13-09-28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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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은 보통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시에스타"라 해서 가게들이 문을 닫고 5시에 다시 문을 연다. 시에스타(Siesta)란 스페인, 이탈리아, 그리스 등 지중해 연안 국가와 남아메리카 즉 라틴 문화권의 나라에서 행해지고 있는 '오후 낮잠'을 일컫는 일종의 생활 풍습이다. 우리도 휴식 후에 6시경 마켓에 가서 오늘 저녁과 내일 아침 식사거리를 사려고 나갈려는데 갑자기 마을 전체가 정전이 되었다. 오후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 때문인가 생각했다.
부슬부슬 내리는 비를 맞으며 마켓으로 갔더니 정전이라고 문을 다시 닫아버렸다. 난감했다. 우리에게 있는 음식이라곤 비스켓 5개, 비프저키 작은 반봉지, 작은 복숭아 3개, 점심때 먹고 남은 포도 조금뿐이었다. 대강 어떻게 해보기로 했다. 하나님이 주신 양상추의 은혜가 아직도 충만하며 그저 감사할 뿐이었다.
어제 오후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는 아침이 되니 더 많이 내리기 시작했다. 순례길에 여러가지 기후를 맛보게 된다고 해서 별로 걱정은 되지 않았다. 판초가 있으니 덮어쓰고 가면 된다. 감사한 것은 오늘은 19.6km만 걸으면 되니 얼마나 감사한가! 같이 길을 가는 순례자들도 같은 마음인지 지나가면서 밝은 목소리로 "Buen Camino"(좋은 여행되기 바랍니다 또는 축복된 순례길 되시기 바랍니다) 하며 지나간다.
비를 흠뻑 뒤집어 쓰고 자전거를 타고 가는 순례자들도 밝은 얼굴로 포즈까지 잡는다. 생각해보니 어릴때 비맞고 놀은 기억이 났다. 참 좋아했었는데... 어른이 되고 나서는 창가에 앉아 비가 내리는 모습을 보고 우수에 잠겼고... 한번도 용기있게 비를 맞아보지 못했는데 오늘 드디어 비를 맞고 약 6시간을 걸어본 것이다. 감사가 저절로 우러러 나와 남편이 비디오를 찍을때 장난기를 발동했다. 정말 신이 났다. 그 힘으로 빗 속을 잘 걸었다.
알베르게에 도착해서 3일전에 사놓았던 봉투 스프를 꺼내 주방에서 끓였다. 늦은 점심을 했다. 오랫만에 따뜻한 국물을 먹을 수 있어 우리 둘은 정말 행복했다. 저녁에는 성당에서 음악회가 열린다고 해서 기대가 된다. 지금은 알베르게 안에서 조용히 묵상하며 하나님께 사랑의 고백을 한다.
"아버지, 많이 많이 사랑합니다!"
메세타에 부는 바람
바람이 분다
초 가을 메세타 광야 따가운 햇볕아래
시원한 산들바람이 불어온다
부드런 바람이 온 몸을 감싸며
순례자의 지친 몸을 맛사지해 준다
좁은 운하 물길 따라
키 큰 포플러는 의연히 서 있고
작은 잎들은 춤 추며
후르르르 쏴아 박수를 보내주고
갈대들은 부서지는 소리를 내면서
누웠다 일어나며 말을 붙여온다
수확이 막 끝난 풍요로운 밀밭
잘린 줄기 냄새를 실어오고
아직 고운 얼굴을 지니시고
오늘도 아들을 위해 고향 교회에서
기도하시는 어머니 소식을 전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