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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일 (9월 27일 금요일) 카스트로 헤리스에서 프로미스타까지 26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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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뉴라이프교회 작성일13-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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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양상추 이야기다. 


 




 


스페인에 있으면서 제일 힘든 것은 역시 음식이다. 대부분이 작은 마을에 머무는데 어떤 마을은 조그마한 마켓도 없다. 가끔씩 보면 육류를 파는 냉동차가 오거나 빵과 캔종류, 스낵들을 파는 차들이 오면 주민들이 나가서 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어떤 지역은 알베르게에서 조그만 상점을 갖고 있을 때가 있는데 거의가 캔에 든 음식이고, 과일은 사과, 오렌지, 토마토 정도를 갖다 놓는다. 야채는 감자, 양파, 그리고 바짝 마른 당근 수준이다. 순례자들을 위해 그나마 준비한 것이다. 


 


알베르게에 부엌이 있어 순례자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면 그나마 직접 나름대로 요리를 할 수 있다. 문제는 부엌이 없는 경우는 마을에 딱 하나있는 Bar &식당에서 Pilgrim's meal(순례자들 위한 저녁식사)라고 해서 어느 곳이나 거의 같은 메뉴의 음식을 약 10유로 정도를 내고 사먹어야 한다. 



스페인에 와서 신선한 샐러드를 먹을 수 있었던 대도시 3곳을 빼면 항상 하얀 프렌치 브래드(이곳의 빵은 겉이 딱딱하고 과자처럼 부서진다. 아마도 신선한 빵이 아니어서 그런 것 같다.)에 햄을 넣어서 물과 함께 먹는다. 


 


신선한 야채가 너무 먹고싶었다. 특별히 양상추가 너무 먹고 싶었다. 목적지에 도착하면 남편이 슈퍼마켓을 찾아서 시장을 봐오는데 항상 양상추가 있는지 찾아보는데 없었다. 



오늘 기적이 일어났다. 하나님께서 유머를 사용하셨다.


 


아침 6시경 떠나 열심히 걸어 11시경이 되니 알베르게가 운영하는 작은 카페가 있는 마을에 들어섰다. 지치고 아픈 다리를 쉬기 위해 그 곳에 들렸다. 더이상 걸을 수가 없었다. 남편이 중간쯤 가다가 지쳐서 터벅터벅 걷고 있는 나를 위해 내 짐에서 또 짐을 꺼내 자기 짐에 넣었다. 이미 무거운 것은 다 본인이 매고 가는데...  "마누라 짐을 더 넣으니 가방이 더 가벼워졌다"고 농담하는 그의 모습을 보며 미안하기도하고 고맙기도 했다. 



카페에서 음료수를 마시고 6.4km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오늘의 목적지 프로미스타를 향하여 갈려고 나섰다. 곧 도착할거라는 희망을 가지고 걷기 시작했는데 마을을 벗어날 즈음에 땅에 무엇이 떨어져 있었다.양상추가 들어있는 비닐 봉투였다. 미국에서 파는 양상추였다. 이 작은 마을에서는 살 수 없는 것인데...


 


아마 순례자 중에 누가 떨어뜨린 것인가? 일단 집어서 내 배낭에 달았다. 누구나 볼 수 있도록... 순례자가 지나가다 보고 자기 것이면 말할 수 있도록.... 목적지까지 도착하도록 주인이 나타나지 않았다. 하나님께서 유머로 기적을 베푸신 것이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토록 먹고 싶었던 양상추에 살라미를 싸서 남편과 함께 맛있게 먹었다. 하나님의 섬세함이 깃든 점심 식사였다. 양상추를 잊어버린 순례자는 목적지의 상점에 하나님께서 양상추를 준비하셨을 줄 믿는다. 할렐루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