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LC 커뮤니티
- NLC Community
NLC e-매거진
제34일 (10월 15일 화요일) 아르카 도 피노에서 산티아고까지 21Km
페이지 정보
작성자 뉴라이프교회 작성일70-01-01관련링크
본문
지난 9월 11일 생장피드포르에 도착하였다. 그곳에서 순례자 여권을 발급받아 처음으로 알베르게라는 곳을 찾았다. 앞으로 산티아고에 갈 때까지 이용할 곳이었다. 너무 낯설었다. 모르는 사람들과 남녀 구별 없이 한 방을 쓰는 것 자체가 어색했다. 이층 침대 몇 개가 방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전혀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다른 순례자들은 전혀 불편함이 없는 눈치였다. 나도 순례자로 왔으니 적응해야겠다고 다짐을 했다. 처음 일 주간은 다리가 너무 아파서 견딜 수가 없었다. 매일 스트레칭을 하고 밤마다 일어나 주무르면서 씨름을 했었다. 이렇게 시작된 순례가 내일이면 끝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착잡했다.
어제도 잠을 설쳤다. 새벽 두 시까지 말씀을 읽으며 지나온 걸음들을 되돌아보았다. 많은 그림이 들어가 있는 시간이었다. 어느 새벽에 주님의 방문이 있었고, 철 십자가 밑에서는 성령님의 통곡 하심이 있었다. 여러 순례자을 만나면서 때로는 아픔을 느꼈고, 때로는 그들의 용기에 경이로움을 느끼기도 했었다. 여러 사연을 갖고 살아가는 인생길에 나름대로 돌파구를 찾아 이 먼 길을 걷는 그들에게 하나님이 찾아와 주시기를 기도했었다.
남편은 아이패드에 찬양과 말씀을 담아 아이패드를 잠바 속에 넣고 찬양과 말씀을 들으면서 걸었다. 같이 걷던 순례자들이 찬양 때문에 발걸음을 멈추고 감사의 표시를 했었다. 남편과 같이 걷고 있지만, 주님과의 대화는 각자의 내면에서 이루어졌다. 많은 말들을 하지 않았다. 일상을 상의하지도 않았다. 걸을 때는 순례자로, 숙소에 도착하면 서로 돌보아 주는 남편과 아내로 지냈다. 우리 속에 너무나도 간절한 갈망이 주님을 향해 집중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순례 여정 마지막 날
새벽에 비가 내리고 있다
부드러운 바람이 온 몸을 감싼다
시들은 내 영혼 흡족히 적셔주는
은총의 단비가 내린다
비와 바람은 하나님의 메시지다
주님의 거룩한 임재에 들어가려면
영혼을 맑게 씻어야 한다는 음성이다
십자가 보혈 예수님의 흘리신 피만이
내 속의 모든 죄를 씻을 수 있다
빗줄기가 점점 거세진다
강하고 분명한 주님의 음성이다
남은 길 순간순간
십자가 붙들고 날마다 이기라고
하나님의 아들이 죄 많은 세상에 오셔서
붉은 피를 흘리고 죽으시고
십자가로 승리하셨다고
굵은 비는 하나님 아버지의 눈물
아들을 보내서 죽게 하신 아버지의 눈물
아들을 죽이시고 나를 살리신 하나님의 사랑
세상은 죄악으로 어두워지고
어둠은 양심조차 마비시키고
양심은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
심판 날이 가까이 오고 있는가
주님 오실 때가 정녕 가까운가
은혜의 때 구원의 날이 지나가고 있는가
노아처럼 구원의 방주로 들어가라
하나님 앞에서 의인이 되어
은총을 덧입는 삶을 살아라
오늘은 어젯밤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가 더욱 세차게 내렸다. 우리가 그렇게도 씻어내기 원했던 모든 죄악의 찌꺼기를 주님께서 이 세찬 비에 완전히 씻겨주시기를 간절히 원하며 은혜의 단비에 몸과 마음을 맡기고 출발했다.
항상 그랬던 것처럼 감사의 시간이었다. 순례자들이 서로 돌보면서 격려하면서 빗길을 마다 하지 않고 묵묵히 걷고 있었다. 이제 얼마 지나지 않으면 산티아고 대 성당 앞에 도착할 것이다. 그곳이 카미노 데 산티아고의 종착점이다. 비는 조금도 멈출 기세가 없지만 우리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지는 않았다.
카미노를 걷다 보니 많은 인생의 교훈이 이곳에 있었다.
어떤 날은 정말 포기하고 싶고 그냥 버스나 탈까 하는 날도 있었다. 짐이라도 부칠까 하는 날도 있었다. 그럴 때는 내가 산티아고에 도착했을 때 나의 모습과 마음을 드려다 보았다. 후회할 것이 분명했다. 미래의 결과를 미리 보고 오늘의 결정을 한 것이었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현실만 보면 잘못된 결정을 하지만 미래의 결과를 미리 보면 현재의 고됨도 기꺼이 감당할 수 있다. 특별히 신앙생활은 더욱 그렇다. 구원 후에 성장은 그냥 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목적지가 가까이 왔을 때가 가장 걷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특히 목적지를 높은 산에서 미리 본 경우는 더욱 힘들었다. 우리가 부르고스로 향해 갈 때 산에서 너무나도 선명하게 도시를 보았다. 바로 앞에 있는 것 같았다. 그런데 무려 16km나 더 걸어야 그 도시에 들어갈 수가 있었다. 그 이후로 항상 하는 경험은 도시로 들어가는 마지막 3~4km가 가장 힘든 시간이라는 것이었다.
우리 신앙생활도 그렇다.
목표가 가까이 왔을 때 우리는 주저앉을 때가 너무 많다. 그래서 다시 시작한다. 실패의 반복이다. 말씀 연구도, 기도 생활도, 성품 개발도, 맡은 사역도, 남을 돌보는 일도 주님이 원하시는 완전함에 이르지 못하고 얼마 남지 않은 바로 그 지점에서 그만둔다. 이번 순례는 나에게 지속적으로 걸으면 목적지에 도달함을 가르쳐 주었고 거기에 진정한 쉼이 있음을 가르쳐 주었다.
나는 걸을 것이다.
주님이 다시 오실 때까지...
뒤돌아 보지 않고 감사함으로 걸을 것이다.
주님이 나의 생명을 거두어가실 때까지....
폭풍우 속으로
산티아고 순례길 마지막 날 여정에
거센 바람 불고 굵은 비가 내린다
비바람 들이치는 어두운 숲길을 조심스럽게
후래쉬 불빛 의지해서 아내와 함께 걷는다
앞에 가는 나이 든 부부 순례자 모습이 외롭다
남편은 조금 앞서며 불빛으로 길을 찾고
아내는 그 뒤를 힘겹게 따르고 있다
패인 물웅덩이가 나오면 뒤돌아서
후래쉬 불빛으로 신호를 보내준다
순례길을 혼자만 걷는 것이 아니다
먼저 가는 순례자는
뒤따르는 순례자를 생각한다
같은 힘든 길을 걷고 있기에
동정이 가고 마음이 쓰이는 것이다
앞선 순례자의 눈물 골짜기는
뒤 따르는 순례자에게
샘물을 공급해 주는 우물이 되고
순례자의 기도는 하나님께 상달 되어
사랑하는 사람들을 축복한다
순례자가 걷는 조용한 숲길에도
비행기 이착육하는 굉음이 들리고
산티아고 가까운 아스팔트 찻길로
헤드라이트를 킨 차들은
빗길을 빠른 속도로 달리고 있다
잠바 속 아이패드에서 틀어놓은
힘찬 승리 찬송이 들려온다
앞서 가신 우리 대장 예수님 따라
피곤해하지 말고 주저하지 말고
폭풍우 치는 세상 속으로 계속 걸으라고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동안 내내 우리와 함께 동행해 주신 우리 주님께 감사드립니다.
건강하게 잘 마치게 해 주신 우리 아버지 하나님께 모든 영광을 돌립니다.
우리를 위해 기도해 주신 여러 목사님들과 사랑하는 뉴라이프 가족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